-우리나라 영유아교사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언명으로 삼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하여 국가가 발행한 교사용 지도서에 의존하여 가르침을 수행하여 왔다. 그 결과 교사의 운영계획안은 유아들의 흥미를 반영하긴 하지만 진정한 흥미의 발현을 지지할 수 없었다. 교사의 수업 수행은 있으나 유아의 진정한 학습은 동반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이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기관 평가는 교사 주도의 계획안 운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한 모든 영유아에게형평성 있는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려는 국가의 지원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 보육의 내용표준화를 강화하여 기관 간의 격차를 줄이고 있지만, 영유아의 학습과 발달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국가가 표준으로 내세운 표준보육과정, 누리과정의 충실한 운영에 따른 생활주제의 개념과 이를 놀이 활동으로 만들어 일련의 활동을 골고루 배치한 계획안과이의 충실한 적용은 교실에 교사의 수업 수행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영유아의 학습에의 참여는 간과하게된다. 따라서 이러한 계획안 운영 위주의 수업은 교사로 하여금 영유아의 자유로운 놀이를 인정하고, 능동적 학습자로서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교사가 잊어버리고, 눈길을 주지 않은 유아의 능동성과 주도성인 놀이 중심 교육의가치가 돋보이는 교육접근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 프로젝트접근법, 생태유아교육, 발도르프 교육, (진정한 의미의)몬테소리 교육이 성장하고자 하는 교사의 시선을 사로잡는 예이다. 이러한 교육적 접근의 근간은 발현적 교육과정의 운영이며, 또한 유아의 관심과 흥미가 주도하는 자유놀이에 있으며, 이를 의미 있게 바라보고, 인정하고,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교사에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남기는 교사의기록에 교사의 존재는 물론 영유아의 존재가 살아 있는 것이 발현적 교육과정의 특징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에 기록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발현적 교육과정의 가치를 알린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의 기록작업(documentation)은 변화와 성장을 원하는 교사에게 도전이 아니라 오히려 좌절을 주는 장애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기록작업이 없는 발현적 교육과정의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는 더욱 발현적 교육과정은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는 외국의 사례로 전락하게 하고 있다. 발현적 교육과정은 곧 아동중심교육과 놀이중심교육으로서 이의 가치를 알고 이를 구현하기를 희망하는 많은 영유아교사에게 기록작업이 오히려 이의 실행을 막고 있다. 또한 기록작업은 교사가 주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르칠수 있는 이상의 내용을 품은 영유아의 학습 결과를 보여주는 성과물로서그 의미가 고착되어 가고, 교사는 영유아의 학습 과정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심오한 해석을 담아야만 한다는 중압감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영유아의 학습을 인지하고, 그 의미를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준하여 해석할 수 있는 기록작업의 가치조차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던 과정에 Susan Stacey의 『발현적 교육과정─이론에서 실제로의 적용(Emergent Curriculum in Early Childhood Settings-From Theory to
practice)』을 만나게 되었다. 미국의 영유아교육 현장에서 계획된 교육과정과 발현적 교육과정의 대립이 영유아의 많은 이야기로 교실을 만들기 원하고, 변화하고,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교사에게 그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저자의 소망을 읽게 되었다. 우리도 현장의 교사들과 그리고 교사가 되려는 학생들과 수없이 나누었던 고민과 갈등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었다. 특히 발현적 교육과정을 실행에 옮기는 많은 교사가 어떤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발현적 교육과정 실행 원칙의 적용 사례는 이의 운영을 주저하는 많은 교사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여전히 발현적 교육과정의 운영이 어려울 수 있지만 몇 가지 원칙의 적용으로도 많은 교사는 살아 있는 교실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가 되려는 대학생들에게도 발현적 교육과정의 운영을 좀 더 가시화할 수 있도록 쓰여 있다. 교재의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교사와 영유아의 삶이 있는 발현적 교육과정의 운영에서 실천적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발현적 교육과정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에게 이 한 권의 번역서가 이들의 실천에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